인간이 성장하면서 겪어내야할 희노애락이 있다. 즉 감정이 있다.
여러가지 이유로(주로 방임이나 학대) 이것이 억압된 경우, 애어른으로 자라 겉으로는 멀쩡하지만 속은 곯아 있다.
이 억눌려 있던 감정은(주로 부정적인) 행복한 순간이나 방심하는 사이 스멀스멀 기어나와 관계를 파탄낸다.
따라서 정상적인 인간관계를 원한다면 억눌린 감정을 평소에 해소해 둘 필요가 있다.
묻어둔 감정들은 어릴 적에 누리지 못한 재미나 즐거움을 다시 찾아 이를 통해 상쇄하거나 아니면 직면하여 괜찮다고 그런 감정이 들 수도 있다고 인정해줘야 해소된다고 심리학자들이 말한다.
여기서 딜레마가 발생한다. 첫째는 이런 억압적인 상황으로 성장기를 보낸 사람이 인생에서 무슨 즐거움을 갖고 있겠느냐는 것이다. 뒤늦게 찾아 봤자 찾아지지도 않고.
둘째는 직면인데, 억압을 해 무의식 저 너머로 꼭꼭 숨겨둔 감정들인데, 그걸 직면하는 게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머리로는 별거 아니더라도 그 감정들이 야기하는 부정적 에너지(다크 포스)는 어마어마해서 당사자를 심하게 동요시키거나 무력화시키고, 심지어는 미치게 만든다.
종교나 정신과, 심리 상담 등이 이를 돕는다 하지만 종교 외의 것은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 간다.
나는 매일 우울증약과 신경안정제로 내 머리 속 내분비 계통을 교란시키고 있다.
내가 정리 정돈이 힘든 이유는 그 행위가 즐겁지 않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나의 내면 깊숙이 숨어 있는 불안과 공포 좌절 연민등의 감정을 찾아내는 열쇠여서이기도 하다. 하나의 정리는 여러 개의 용기와 다짐으로 이뤄지고, 그것은 효율면에서는 빵점이다.
그렇더라도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계속된 용기와 다짐이 필요하다.
하다보면 수월해지고 언젠가 나쁜 보물들도 결국은 다 사라지겠지라는 낙관도 필요하다.
그리고 부정적인 에너지를 감당할 체력도 필요하고...
무언갈 하는데 내가 달팽이처럼 느린 변명이다... 사실은 내가 제일 답답하다.
'구심력 - 내 안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무기력의 루틴 (0) | 2021.10.15 |
---|---|
머리와 가슴의 괴리 (0) | 2021.02.07 |
친절은 죄가 아니지 (0) | 2020.07.14 |
실망과 오기 (0) | 2020.06.24 |
대나무 숲이 필요하다. (0) | 2020.06.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