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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심력 - 내 안의 이야기

무기력의 루틴

 글쓰기를 시작하고 역량 미달을 느끼지만 자각하기 싫은 상태가 되자 약 먹고 운동하고 해서 겨우 상향으로 맞춰뒀던 루틴이 깨졌다.

 만성적인 무기력 루틴의 승리다.

 핑계 거리는 좋아서 글이 안 써지자 미약한 상승 루틴이 글쓰기를 방해한다라는 알량한 이유를 대고 있다.

 마음가짐은 분명 단편 하나 완성만 하자인데 무슨 불후의 명작을 쓰겠다고 모니터 켜놓고 면벽 수행만 해대는지 모르겠다. 이 글쓰기에 나의 무의식은 너무 많은 기대를 걸어놓은 것 같다.

 언제나처럼 내 마음은 내 인생을 망치고 싶어하니 한 글자도 써지지 않는 거겠지.

 요즘은 나만 잘하면 되는 좋은 상황인데, 내가 헤메고 있다. 이러다가 발동을 걸고 뭔가를 시작하면 또 주변에서 뭔가 거슬럭 거리는 것들이 나타난다. 내가 만드는 우주는 나의 앞길을 막막하게 하는 걸 좋아하는 것 같다.

 원하는 건 그냥 외롭지 않고, 빈곤하지 않고, 남한테 폐끼치지 않고, 사회에 미미한 기여라도 하면 되는데, 남들은 다들 쉽게 쉽게 하는 것 같은데, 나는 이 나이 먹도록 너무 힘들다.

 물론 내 눈에는 쉽게 보여도 인생을 미시적으로 들여다보면 다들 환난고초 하나쯤은 있겠지. 그렇더라도 살아내는데, 나는 조금 많이 모자른 건지 삶이 막막하고 어렵기만 하다. 에고가 없어져야 하는데, 너무 강해서 그런가? 에고를 달래고 인정해서 없애버리고 이 세상이 다 나다라는 의식 확장이 되면 괜찮을까? 사랑으로 가득찬 세상이 눈 앞에 펼쳐지나?

 다시 돌아와서 단편 하나 제발 완성만 하자.

 모르는 기대는 저멀리 보내고 수치심을 겪어야 되면 겪어야지. 제발 완성만 하자.

 무의식아... 그만 방해하고 글 좀 쓰게 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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